불안과 혼란만 키운 트럼프의 자충수
등록일 2020-03-15 14:42:20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유럽과 사전 조율 없이 입국금지…외교관계 악화 불가피

연설 내용 부랴부랴 수정 난맥상도

입국금지 조치로 무역 심각한 타격 우려

“트럼프는 리얼리티쇼 전문가”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심야 대국민연설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과 적절성을 놓고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랴부랴 대국민 연설로 진화에 나섰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시장을 북돋겠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발(發) 여행자를 30일 동안 한시적으로 입국 금지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 내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조치가 얼마나 실익이 있을지 물음표가 붙고 있다.

가계와 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내놓았지만 의회와 협의가 필요한데다 오히려 재정부담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별다른 호응은 얻지 못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심야에 긴급 연설을 했지만 결국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만 시인한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다.

급기야 10여분 동안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주식선물은 1000포인트 가량 하락하며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어 뉴욕 시장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9.99% 급락하는 등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날을 보냈다.

특히 입국금지 조치가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 간 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물류데이터 제공업체 월드ACD자료를 인용, 미국과 유럽 사이 항공 화물의 60%가 여객기로 운송된다고 전했다. 전자제품과 의약품, 그리고 전자상거래 물품 등은 대부분 승객들과 같은 비행기에 실려 대서양을 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승객 수가 감소하면 항공편은 취소되고 자연스레 여객기 운송에 의존하던 항공 화물 운송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역협회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따른 부정적인 경제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은 대서양 하늘길까지 막히면서 사실상 고사상태로 내밀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조치에 급급하느라 그 여파를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CNN은 “지난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과제는 전체 상황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서 입국금지 조치 등을 놓고 벌어진 혼선이 트럼프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실무 난맥상도 고스란히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유럽과 사전 협의는 물론 최소한의 사전 통보도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의 한 단면으로 유럽 동맹과 관계 악화는 불가피하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에 여권이나 국경이 있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금지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중계한 연설을 곧바로 수정하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유럽으로부터 오는 여행뿐 아니라 무역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위터를 통해 무역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가적 위기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으로부터 안심과 확신을 보길 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정확히 정반대였다”고 비판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리처드 레빅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티쇼 전문가”라면서 “현재 상황은 해피엔딩이 보장되지 않는 진짜 위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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