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패티오 영업으로는 어림도 없네요"
등록일 2020-09-05 02:59:00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LA중앙일보] 발행 2020/09/04 미주판 2면 

 

 

38년 역사 '인천원' 폐업 선언
OC 장수 식당 맥스 문 대표
"경쟁업소 출혈 경쟁 치명타
한식 싸구려 취급 안타까워"

가든그로브 한신당 ‘인천원’이 지난 8월 폐업했다. 작은 사진은 맥스 문 대표와 아들. 타인종 고객이 한글로 써준 손편지가 눈에 띈다. [맥스 문 대표 제공]

가든그로브 한신당 ‘인천원’이 지난 8월 폐업했다. 작은 사진은 맥스 문 대표와 아들. 타인종 고객이 한글로 써준 손편지가 눈에 띈다. [맥스 문 대표 제공]

 

 

오렌지카운티 한인타운의 대표 식당중 하나로 한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한식당 ‘인천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8월 결국 폐업을 선언했다. 이 식당은 1982년 가든그로브 브룩허스트길에 문을 연 이래 ‘인천원’. ‘한국회관’, ‘구월산’ 등 4번의 상호가 바뀌면서 오늘에 이른 오렌지카운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 식당이었다. 코로나 시기 생존을 위해 분투하다 결국 식당을 접게 된 맥스 문 사장의 기고문을 함께 나눈다.

올해 1월 어바인 중국 커뮤니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후 가든그로브까지 여파가 미치며 평소 매상의 3분의 2가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떨치기 시작한 3월 주정부의 ‘스테이홈’ 정책으로 실내 다이닝을 금지하고 투고 서비스만 했지만 무제한 고기집으로 투고는 하루 한두건 정도에 불과해 거의 없다시피했다. 결국 투고 영업을 2주간 했지만 그것마저도 접어야했다.

매번 LA를 쫓아가며 무능한 정책을 펼치던 OC 정부는 6월말 LA보다 먼저 다이닝을 허용했지만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가주 정부의 2차 락다운으로 다시 투고와 패티오 영업만 허가하는 악순환이 계속 됐다. 그렇다고 렌트비 감면 같은 일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액을 다 내야했다.

다른 업소보다 일찍 패티오 영업을 시작했지만 기존 매상에는 턱도 없었다. 코비드19가 언제나 끝날지, 그리고 계속 손해를 보면서 영업을 해야하는지 회의가 생겼다.

 

 

트럼프 정부 이후 몇 년 간 국경 강화와 불법체류자 색출 등으로 히스패닉 직원 구하기도 힘들어졌고, 임금도 계속 올랐다. 보험, 식자재 등의 비용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주변 업소에서는 가격을 떨어트리는 출혈 경쟁을 펼쳐 치명적인 상처까지 입게 됐다.

SBA 융자 등으로 렌트비를 내고 영업을 재개한다 해도 몇년간 급감한 매상을 따라 잡으려면 1년 이상 걸리고 빚만 늘어날 것이 뻔해 몸도 지치고 해서 남들보다 먼저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2008년 가게를 인수해 12년간 운영하다 38년의 한식당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된 것이 슬프지만 타인종 단골 손님들의 한글 손편지와 선물 그리고 이어지는 격려에 헛장사는 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

오렌지카운티 한인타운의 대표 식당을 자부하며 숯불구이 등으로 가든그로브 한인들과 같이 이민 역사를 써 갔다. 한인 상권이 풀러턴, 어바인 등으로 이동하며 타인종 고객을 상대로한 무제한 고기집으로 변환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듬뿍 든 한국 음식이 싸구려 음식 취급받는 게 가장 안타깝다.

끝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제한 바베큐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으로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알렸으면 하는 바이다. 특히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화장실 청소를 하면 깨끗할텐데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위생문제가 중요한 이 때에 청결에 더욱 신경썼으면 좋겠다. 한인 업주들 모두 건강하게 잘 버텨내 험난한 이 시국을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

맥스 문 한식당 ‘인천원’ 전 대표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8626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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