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책임 떠넘기기? 미국 정치권, ‘우한 바이러스’ 용어 사용 논란
등록일 2020-03-15 14:05:10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해 일부 여론과 중국 당국의 비판을 받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EPA=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 보수진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한 바이러스’ 혹은 ‘중국산 코로나바이러스’로 표현한 발언들이 속출하면서 용어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심화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지역의 이름이 들어간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전세계적 전염병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비판 섞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명칭 논란에 맨 처음 불을 지핀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었다. 그는 국제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COVID-19)’라는 새 바이러스 감염증의 정식 명칭을 발표한 이후에도 공개 석상과 논평 등에서 줄곧 ‘우한 바이러스’란 단어를 써왔다.

다수의 보수당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표현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다. 현재까지 톰 코튼 상원의원을 비롯해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폴 고사르 하원의원 등이 중국 혹은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폴 고사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감염자와의 접촉으로 인해 자가 격리에 돌입했음을 알리면서 “우한 바이러스 확진자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접촉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계속된 ‘잘못된’ 용어 사용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공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거듭 중국을 운운하는 것은 외국인 혐오, 인종 차별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 여권인 보수당이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이용해 특정 장소나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 내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자 초기 대응 부실을 놓고 ‘위기 대응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중국 역시 ‘우한과 중국’을 운운하는 미국 정치권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최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 정치인들에 중국과 우한에 오명을 씌우는 비열한 관행을 비난한다”면서 “중국의 전염병 퇴치 노력을 비방하려는 폼페이오 장관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잘못된 용어 사용이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퍼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인들의 발언이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재생산되는 것도 경계대상으로 거론된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공보건대학의 모니카 스코치-스파나 박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미 긴장하고 있고, 일부는 문제가 확산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그것(잘못된 여론)에 기름을 부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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