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유가 전쟁에 미국 셰일업체들 타격
등록일 2020-03-15 12:39:09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미국 증시에서 셰일가스 업체들 주가 최대 50%대 폭락

낮은 효율성, 고부채 구조에 저유가 치명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수요 반등 기대하기 어려워

“러시아, 석유 패권 거머쥔 미국 겨냥” 분석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갈등으로 인한 저유가가 미국 셰일가스 업체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 퍼미안 분지 지역의 석유시추 모습. [AP=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 간 불붙은 석유전쟁에 미국 셰일업체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이번 전쟁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이 가장 큰 패배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셰일가스에 힘입어 세계 1위의 원유 생산국으로 발돋움했지만 많은 업체들이 부실한 수익률, 높은 부채로 인해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배럴당 30달러 대의 낮은 유가까지 더해지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더군다나 직전 유가 급락 사례인 2014년과 달리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탓에 저유가에도 석유 소비가 증가하는데 한계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리암 데닝 칼럼니스트는 “오늘날 사람들은 비행기 연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여행을 미루는 것이 아니다”며 “석유시장에서 희망이 죽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셰일가스 업체 주가는 급락하며 이미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등 나름의 자구책을 총동원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애너다코 인수 과정에서 부채가 급등한 옥시덴탈 주가는 57%나 급락하면서 셰일업체에 대한 시장의 냉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표적인 셰일업체인 파이어니어내추럴리소시스의 스콧 셰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아마도 석유탐사시추 상장기업의 50%는 2년 내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방송은 러시아가 사우디와 싸우고 있지만 진짜 싸움은 미국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파동으로 미국 경제를 침체 시키고 셰일가스 업체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으로서 누리던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부문 대표인 헬미아 크로프트는 “러시아는 단순히 미국의 셰일업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풍부한 원유를 바탕으로 가능했던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강압적인 제재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CNBC에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천연가스를 수송하려던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구축사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다. 미국은 이 사업이 유럽 시장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며 반대했다. 경제컨설팅업체 IHS의 대니얼 예르긴 부회장은 “러시아가 노드 스트림2 공사를 완료하기 직전 중단한 것은 엄청난 굴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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