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에 밀려난 블랙머니
등록일 2020-04-28 04:52:09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밀려난 ‘블랙머니’…스크린독과점 막을 장치 마련될까

 

‘겨울왕국2’에 밀려난 ‘블랙머니’…스크린독과점 막을 장치 마련될까

 

배급·상영업 겸영 제한 등 골자…총선 전 후보 설문에선 ‘영화법 개정 찬성’ 압도적 우세

지난해 11월 개봉해 흥행 1위를 달리던 영화 <블랙머니>는 <겨울왕국2>의 개봉과 함께 좌석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어 논란이 됐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지난해 11월 개봉해 흥행 1위를 달리던 영화 <블랙머니>는 <겨울왕국2>의 개봉과 함께 좌석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어 논란이 됐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지난해 11월22일 당시 극장 상영 중이던 영화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같은 달 13일 개봉해 좋은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던 <블랙머니>가 영화 <겨울왕국2> 개봉과 함께 극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어제 날짜로 (블랙머니) 극장 좌석 수가 90만석에서 30만석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스코어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줄었다”고 말했다.

<블랙머니>는 기자회견 이틀 전인 20일까지 흥행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0일을 기준으로 전국 1141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점유율은 18%였다. 좌석 수는 정 감독 말대로 97만9362개, 좌석점유율은 33.9%로 높았다. 당일까지 전국 관객 138만5000여명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겨울왕국2>가 개봉일인 21일부터 극장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겨울왕국2>의 스크린 점유율은 39.7%, 좌석점유율은 70%였다. 반면 <블랙머니>의 스크린 점유율은 14.4%, 좌석점유율은 11.7%로 뚝 떨어졌다. 이후 <겨울왕국2>는 ‘천만 영화’가 됐고, <블랙머니>는 전국 관객 248만여명으로 막을 내렸다. <블랙머니> 제작진 입장에서 보면 수익을 더 올릴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영화업계는 다음달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서 이런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장치가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의 배급업·영화상영업 겸영 제한’ ‘복합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의 일정 비율 이상 상영 금지’ 등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다. ‘배급업·영화상영업 겸영 제한’이 들어간 것은 스크린 독과점의 근본 원인이 CJ·롯데·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의 배급업 겸영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다. 2016년 10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 겸영을 규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영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스크린 독과점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들은 모두 흐지부지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 스크린 독과점에 반대하는 제작자, 감독, 배우들이 모인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준비모임)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 전인 지난 2월27일부터 4월8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구 입후보자 477명에게 ‘영화법 개정에 대한 찬반’ 의견을 구했다. 이 중 292명이 응답했고 286명이 개정에 찬성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에서 당선됐다.

 

준비모임 양기환 총괄실장(제작사 질라라비 대표)은 “설문조사에서 찬성한 의원들이 많은 만큼 올해를 영화법 개정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상영업과 배급업 겸영을 제한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스크린 독과점 상한 비율은 섬세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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