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앞에 한계 드러낸 세계 중앙은행들
등록일 2020-03-15 18:04:20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유럽중앙은행(ECB)은 당초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대로 내릴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준 금리를 0%로 동결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 ECB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로이터=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발(發) 공급망 붕괴와 잇따른 이동 제한 조치, 대규모 행사 취소 등으로 공급과 소비가 동시에 무너지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일로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통화·양적 완화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는 양적완화와 은행의 유동성 확보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완화하기 위해 순자산 매입, 저금리 장기대출 프로그램 도입 등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ECB의 정책 제안에도 금리 인하 조치를 배제한 ECB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한 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런던증시의 FTSE 100은 1987년 이후 최악의 수준인 10.87% 급락했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은 12.40% 떨어지며 지수 역사상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과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긴급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ECB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안감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ECB의 현 기준금리는 0%,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대로,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것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ECB의 정책은 아무런 감흥도 없다”고 평했다.

이미 긴급 금리 완화책을 꺼낸 중앙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지난 3일 0.5%포인트의 기준 금리를 전격 인하한 연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뉴욕 증시 폭락세가 이어지자 유동성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준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3개월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를 각각 5000억달러 한도에서 운영하고, 1개월짜리 레포도 13일 5000억달러 규모로 운영키로 했다. 이를 통해 시장은 총 1조5000억 달러의 단기 유동성을 공급받게 된다.

하지만 연준의 대응에도 이날 증시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AP 통신은 “시장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목요일 주식 시장을 30여년 만에 최악의 폭락으로 몰아넣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주도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동제한 조치로 여행이나 쇼핑,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불가능해진 소비자들에게 낮은 금리나 대출 접근성 확대 등의 조치를 내놓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찍이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의 한계에 대해 경고해왔다. 중앙은행 주도의 통화정책과 양적완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들은 ‘양적완화 실패 혹은 통화정책의 무력화’에 대해 경고했고, 모마 가즈오 전 일본은행 통화정책 이사는 “통화정책의 실효성은 앞으로 분명히 제한될 것”이라면서 “부작용에 대한 의혹은 점점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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