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더블딥'을 대비하라!"
등록일 2020-07-17 03:04:03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IHS마킷 크리스 바버리스 미 경제분석부문 공동대표 전화 인터뷰

V자나 U자 대신 'W자'형 흐름 처음 제기...코로나 재확산이 가장 큰 이유
1980년 더블딥 이후 40년 만에 미 경제 이중침체..가능성은 "17% 전후"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돼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례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감염자 수가 하루 6만 명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레스토랑 등의 실내 영업을 다시 제한했다. 미 경기 시나리오가 바뀔 수 있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미 경기가 'V자'나 'U자', '스우시(나이키 로고)' 패턴일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그런데 최근 연방준비제도(Fed)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코로나19 다시 빠르게 퍼지고 있어 올해 5~6월 회복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통화정책 담당자가 처음으로 'W자' 경기 흐름을 입에 담았다. 중앙일보가 미 경제의 'W자' 흐름을 처음 제기한 크리스 바버리스 IHS마킷의 미 경제분석부문 공동대표에게 서둘러 16일 전화를 건 이유다.


크리스 바버리스
 

바버리스 대표는 '가장 정확한 경기 전망'으로 유명한 경제분석회사인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MA)의 설립자였다. MA는 2017년 IHS에 인수됐다.

성급한 경제활동 재개가 문제


Q : 미국에서 코로나가 다시 빠르게 퍼지고 있다.

A :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여러 주에서 감염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알고 있겠지만, 다시 경제활동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주도 있다."


Q : 최근 미 경제가 빠르게 되살아나는 듯했는데.

A : "최근 주정부들이 경제활동 제한을 거의 해제했다. 사람들의 이동과 소비가 되살아났다. 올 4월 미 경제가 저점을 찍은 뒤 눈에 띄게 되살아난 이유다. 그런데 미 주정부들이 너무 빠르게 경제활동을 재개했다."


Q : 무슨 말인가.

A : "몇몇 주 정부가 코로나 감염자가 여전히 늘고 있는데도 경제활동을 다시 하도록 했다. 올 2분기 경제가 애초 예상(기본 시나리오)보다 나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서둘러 다시 하는 바람에 코로나 확산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W자 경기변동은 더블딥(이중침체)


Q :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가 W자 모양을 띨 수 있다고 한 이유인가.

A : "그렇다. 다만, W자 경기변동은 우리가 그린 경기변동 시나리오 6가지 가운데 하나다. 미 경제가 반드시 W자 패턴을 따른다는 얘기는 아니다. 현재 코로나 재확산 추세에 비춰 최악의 경우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Q : 언제 두 번째 침체가 올까.

A : "코로나 확산이 억제되지 않으면, 경제활동을 다시 중단하는 주정부가 늘어날 수 있다. 민간 기업과 개인도 자발적으로 비즈니스 활동 등을 줄일 수 있다. 스스로 '동작그만 전략'을 취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올해 4분기에 두 번째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


Q : 어느 정도 위축될까.

A : "올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12%(연율), 내년 1분기 마이너스 4% 정도가 될 수도 있다.


Q : 두 번째 침체 기간이 6개월 정도인가. 아니면 더 길어질 수 있나.

A : "두 분기 정도 마이너스 성장하는 짧은 침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버리스 대표가 말한 W자 경기변동은 1980년대 초 미국이 겪은 더블딥(이중침체)과 같은 말이다. 그의 예측대로 올해 4분기 전후에 두 번째 침체가 발생하면, 미 경제는 40년 만에 다시 더블딥에 빠진다. 그는 "더블딥이 현실이 될 확률은 17% 전후"라고 말했다. 반면, IHS마킷팀이 설정한 기본 시나리오 확률은 50% 남짓이다.

미 주가는 내년 초에 두 번째 저점에 이를 수도


Q : 금융시장이 걱정된다. 두 번째 침체가 일어나면 금리는 어떻게 될까.
 

A :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가 발생할 수 있다. 미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은 오르지만 회사채 가격은 내려갈 수 있다. 회사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Q : 주가는 어떨까. 최근 한국 개인 투자들이 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많이 샀다.


미국 S&P500지수 전망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 : "주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웃음). 다만, 기업의 실적 등을 바탕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S&P500 지수가 가파르게 회복했는데, 올 4분기 전후 힘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해 내년 초에 다시 저점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 시점이 아니라 보급 시점을 봐야!


Q : 백신이나 치료제 변수는 어떤가. 미 제약회사 모더나의 백신 시험 결과가 긍정적이라고 하던데.
 

A : "우리의 경기 시나리오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내년 가을까지 충분히 보급되지 않을 것이란 가정 아래 만들어졌다."


Q : 개발이 아니라 보급 시점이 기준이란 말인가. 왜 보급 시점인가.

A : "요즘 미국 모더나나 해외 다른 곳에서 의미 있는 시험 결과가 나오고 있기는 하다. 이들 회사의 후보 가운데 실제 백신이나 치료제로 생산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대량으로 만들어져 충분히 보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충분히 공급된 이후에야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다. 경제 분석 측면에서는 개발보다는 보급 시점이 중요한 이유다."

크리스 바버리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워싱턴대학에서 경제학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로널드 레이건 집권시절인 1981~82년 백악관 경제자문팀에서 분석가로 활동했다.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MA)를 설립해 거시경제의 분석과 전망의 정확성으로 명성을 쌓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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