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LA 해변, 공원
등록일 2020-05-19 15:59:47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대학 캠퍼스에도 젊은이·가족들 나와…반(反)봉쇄 시위대도 거리에

 

경제 재개 엇갈린 표정…"마스크 벗자 vs 2차 확산 걱정"

 

UCLA 캠퍼스에 나들이 나온 미국 시민들

UCLA 캠퍼스에 나들이 나온 미국 시민들

[LA=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마스크를 벗어 던지자.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봉쇄령 해제가 꼭 지금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봉쇄가 완전히 풀린 이후 두 번째 (코로나19) 파도가 올까 봐 걱정된다."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49개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을 완화한 가운데 거리로, 공원이나 해변으로 나온 미국인들의 표정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봉쇄령이 두달여만에 단계적으로 완화되자 해방감을 표출하는 미국인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진단과 추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봉쇄령 해제가 2차 확산을 불러올 것이라는 걱정도 상당했다.

휴일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 기자가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캠퍼스에는 많은 시민이 몰려나왔다.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8일부터 단계적 봉쇄령 해제에 들어가고 LA카운티도 공원과 산책로를 다시 열자, 집 안에 갇혀있던 시민들이 바깥 활동에 나선 것이다.

캠퍼스 잔디밭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자리를 깔고 앉아 담소를 나눴고, 아이들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뛰어다녔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로 반가움을 표시했고, 수영복을 입은 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겉으로만 보면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낸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시민들의 표정은 평온했다.

 

코로나19 봉쇄령 해제를 요구하는 미국 시민들

코로나19 봉쇄령 해제를 요구하는 미국 시민들

[LA=연합뉴스]

 

같은 날 LA 근교 토런스시(市)에서 마주친 코로나19 반(反)봉쇄 시위대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자"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활보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자유를 원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는 손팻말을 든 채 성조기를 흔들었다.

자녀의 손을 이끌고 나온 일부 참가자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다른 시민을 향해 "자유"라고 외쳤다.

18일 기자가 방문한 LA 산타모니카 해변도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일부는 웃통을 드러낸 채 해변 도로에서 조깅했고,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삼삼오오 모래사장에 앉아 사진을 찍는가 하면,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서핑을 즐기러 나온 한 청년은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곧 여름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괜찮을 것"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LA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

LA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

[LA=연합뉴스]

 

이처럼 LA에서와 같은 다소 들뜬 분위기는 미국 전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과 보스턴, 시카고, 애틀랜타 등 대도시 공원과 산책로가 나들이객으로 붐볐고, 다시 문을 연 하와이 해변에도 사람들이 몰려나왔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NBC방송은 지난 17일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술집과 식당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대다수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브루클린의 한 공원에는 일광욕을 즐기러 나온 시민이 많다 보니 보건당국이 잔디밭에 6피트(약 1.8m) 반경의 원을 그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봉쇄령 해제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산타모니카 해변 도로의 한 음식점 종업원은 경제활동 재개가 코로나19의 제2차 확산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봉쇄령 해제가 꼭 지금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봉쇄가 완전히 풀렸을 때 손님들이 몰려들고, 이후에 두 번째 (코로나19) 파도가 올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배달 영업 안내문을 걸어둔 LA의 한 식당

배달 영업 안내문을 걸어둔 LA의 한 식당

[LA=연합뉴스]

 

소셜미디어에도 비슷한 글들이 올라왔다.

알렉시아 엘레니는 트위터에서 "경제 재개의 혜택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제니퍼 조이스는 "지금은 결코 봉쇄령을 풀 시점이 아니다"라면서 "현재의 경제 활동 재개는 슬픈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사례를 들어 올해 가을에 코로나19가 더욱 번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크리스 고비는 트위터에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스페인 독감이 가을에 다시 확산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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