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끝내 속죄는 없었다.
등록일 2020-04-28 03:31:22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1년 만에 광주지법 재판 출석…“헬기사격, 내가 알기로는 없다”
ㆍ공소사실 인정 질문에 “그런 무모한 짓 안 했을 것, 나는 믿어”

 

27일 광주 지산동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가족이 ‘전두환 단죄 동상’을 손으로 내리치고 있다. 전두환씨는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광주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광주의 법정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89)이 직접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에 대해 “내가 알기로는 없다”며 부인했다. 5·18피해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27일 오후 2시 광주지법 형사8단독(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피고인으로 나온 전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신뢰관계인’인 부인 이순자씨(80)와 함께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전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5·18)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헬기사격을 했더라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다”라며 “그러한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하지 않았음을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3월 한차례 법정에 출석한 이후 재판에 나오지 않았던 전씨는 재판부가 변경되면서 이날 또다시 광주법정에 섰다.

전씨 측은 헬기사격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설(說)에 불과하며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폈다. 전씨의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헬기사격은 (계엄군이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실시한 소탕작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부세력의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방청석에서는 고함이 터졌다. 재판을 지켜보던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김모씨는 “광주 시민은 그럼 누가 죽였나. 대한민국 공수부대가 죽였다. 전두환 살인마”라고 강하게 항의하다 퇴정당했다.

계엄군 헬기사격은 여러 국가기관 조사에서 이미 사실로 확인됐다.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는 2018년 국과수 감정을 통해 헬기에서 발사된 것이 유력한 총탄 흔적 245개가 발견됐다. 5·18 당시 신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희생자는 350명(사망 161명·상이후사망 111명·행방불명 78명)에 이른다. 다음 재판은 6월1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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