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위기 세계를 구하려는 억만장자
등록일 2020-04-27 04:32:51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코로나19 위기에서 세계를 (그리고 중국의 위신도) 구하려는 억만장자

 

알리바바 그룹의 공동 창업자 마윈Image copyrightGETTY IMAGES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내가 지난달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 그가 지금껏 트위터에 올린 모든 글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의료 장비를 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싸움!" 마윈은 트위터에 처음 올린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함께라면 우린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메시지에선 이렇게 응원했다. 

중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마윈은 150개가 넘는 나라에 마스크와 호흡기 등의 의료 장비를 보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마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일부도 대체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는다. 세계적인 구호 사업으로 이제 그가 중국 공산당의 마스코트가 된 것인가? 아니면 공산당의 프로파간다로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중국의 외교 정책을 잘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그가 어느 나라에 기부를 할지 정할 때 그렇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지도부의 질시를 살 가능성도 있다. 

IT업계의 억만장자들 중에는 마윈보다 더 많은 기부를 한 곳도 많다.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는 10억 달러(약 12조 원)를 기부했다. 미국의 구호단체 감시 기구인 캔디드는 마윈의 알리바바 그룹을 코로나19 관련 기부 명단 중 12위에 올렸다. 그러나 이 명단은 마스크, 호흡기 등의 물품은 포함한 게 아니다. 어떤 나라들은 코로나19 전염병의 한가운데에서 돈보다도 이를 더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캔디드가 집계한 세계 최대 코로나19 재정 기부자들. 1위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2위는 구글 기부 프로그램, 3위는 틱톡의 바이트댄스, 4위는 마스터카드 기부 프로그램, 5위는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알리바바 그룹은 12위

의료 물자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직접 물자를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윈이 독보적이다. 지난 3월부터 마윈 재단과 그와 연관된 알리바바 재단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남미는 물론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미국에까지 항공으로 물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마윈은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에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그의 고향인 중국 저장성의 의사들이 중국어로 쓴 의학 핸드북은 16개 언어로 번역됐다. 하지만 마윈을 언론 지면에서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의료 물자다. 

"그는 중국의 화물기를 항저우에서 아디스아바바로 보낼 수 있는 재력과 영향력이 있어요." 마윈의 전기 작가인 던컨 클라크는 설명한다. "이건 물류 문제인데 마윈의 직원과 마윈의 지역이 모두 물류에 대해서는 전문가죠." 

친근한 얼굴

유명 영어 강사에서 중국 최대의 IT 기업의 창업자가 된 마윈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이제 '동방의 아마존'으로 일컬어진다. 마윈은 1999년 중국의 해안 도시 항저우에 있는 자신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시작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세계 제2위 규모의 경제인 중국의 대기업이 돼 중국의 온라인, 금융,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마윈 본인의 재산만 400억 달러(약 50조 원)이 넘는다. 

마윈은 2018년 공식적으로는 알리바바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선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윈은 알리바바의 종신이사직은 유지했다. 부와 유명세의 결합으로 마윈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마윈의 기부는 중국 공산당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마윈과 알리바바 재단이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에 기부했다는 증거는 없다. 대만은 중국의 이웃이자 외교적 라이벌이다.

마윈은 남미 22개국에도 기부를 할 것이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대만과 수교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지원을 요청한 온두라스부터 아이티를 비롯한 국가들은 그가 기부를 약속한 150개국에서 보이지 않는다. 재단은 기부를 받은 국가들의 세부적인 명단 제공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 "현재로선 더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게 재단의 입장이다. 

어쨌든 수송이 완료된 기부품은 많은 호의를 낳고 있다. 쿠바와 에리트레아에서 운송 문제가 빚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재단이 중국에서 보낸 기부품은 고맙게 수령됐다. 이로 인해 마윈은 이전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의 관영매체는 마윈의 이름을 중국의 독재 지도자 시진핑과 비슷한 수준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불편한 비교다. 마윈에 대한 찬사가 높아갈수록 시진핑은 바이러스 전염 초기 단계에 대한 대응과 정확히 어디에서 바이러스 전염이 처음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을 해야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중국 정부는 특히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큰 피해를 입은 나라에 의료진과 물자를 보냈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은 때때로 난관에 부딪혔다. 몇몇 국가에 보낸 의료 물자는 부실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어떤 경우에는 중국이 보낸 검사 장비가 잘못 사용되기도 했지만 다른 경우에는 저품질이라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기도 했다. 

반면에 마윈의 물자는 그의 명성을 더 높이기만 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마윈의 의료 물자는 환호를 받았습니다." 차이나 아프리카 프로젝트의 편집장 에릭 올랜더는 말한다. 마윈은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은퇴 이후 아프리카를 자주 찾았다. 

"기부물자가 한 나라에 도착한 다음에는 그 물자가 어떻게 사용되느냐는 받은 나라의 정부에 달렸습니다. 나이지리아가 받은 물자가 배급된 방식에 대한 불만은 나이지리아 국내 문제죠." 올랜더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기부 그 자체에 대해서는 르완다의 지도자 폴 카가메는 '활력소'라고 말했고 다른 많은 이들도 그렇게 생각했죠. 누구도 그만큼 아프리카를 도울 의사도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정말로 절실한 물자를 보내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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