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온라인 교육
등록일 2020-04-26 04:22:43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갑자기 현실이 된 원격 수업

갑자기 현실이 된 원격 수업부산 양정고등학교 원격수업. 강덕철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올해는 공상과학만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의 배경이 되는 바로 그 2020년입니다. 만화처럼 다른 행성을 탐사하고, 하늘과 우주를 날아다니는 탈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입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갑자기 현실이 된 미래의 일상이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과 수업'이 바로 그것이죠.

갑자기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상에 스며들어 우리의 생활 방식도 바꿔 놓았습니다. 시민들의 다중이용시설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친목 모임 또한 적어졌습니다.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게 된 것이죠.

학생들 웃음 사라진 학교 운동장

학생들 웃음 사라진 학교 운동장경기도 소하초·중·고등학교. 김도훈 기자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수차례 등교 연기로 학생들의 웃음이 꽃펴야 할 교정은 두 달 동안 적막함만 가득합니다. 코로나가 등교를 막아버리자, 뜻하지 않게 현실이 된 미래가 있습니다. 기자가 어렸을 적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미래의 학교·등교하지 않는 학교, 바로 사이버 수업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사실 방송과 온라인 강의를 이용한 재택수업은 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규 교과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으로 만난 반 친구들.

온라인으로 만난 반 친구들.세종 연세초등학교 온라인 입학식. 김주형 기자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제 간 첫인사.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제 간 첫인사.강화군 강서중학교 온라인 입학·개학식. 윤태현 기자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이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이에.용산초등학교 개학식. 서명곤 기자

온라인으로 만난 반 친구들.

온라인으로 만난 반 친구들.대구고등학교 온라인 출석 체크. 김도훈 기자

지난 9일 중3·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중·고1~2학년, 초등4~6학년 학생들이 원격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일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사각형 속의 얼굴들만이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새로운 창구가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소통의 창이 모든 학생에게 처음부터 갖춰져 있던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과 PC가 널리 보급되었다고는 하지만 IT 기기 사각지대 학생들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에 지자체와 기업들이 취약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블릿 PC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자녀 가정처럼 추가로 기기를 구매해야 하거나 낡은 기기를 교체해야 하는 가정이 늘면서 스마트 기기 판매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부산지역의 한 마트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태블릿PC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2% 늘었다고 합니다.

품절.

품절.류영석 기자

기업들도 온라인 개학 지원.

기업들도 온라인 개학 지원.성동구청 직원들이 이피코리아가 온라인 수업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무상대여한 노트북 100대를 옮기고 있다. 정하종 기자

이렇게 새로운 소통의 창이 준비되었다고 해도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에게 온라인 수업은 낯설기만 합니다. 학생들과 대면하면서 수업하는 것이 좋겠지만 학교 및 수업 상황과 특성에 맞게 양방향, 동영상, 자료 대체 수업 등이 함께 진행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끌기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들은 음악과 미술 등 예체능 과목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함께 동영상 제작에 나섰습니다. 한 시간 분량 수업이지만 아이디어 고민부터 촬영 및 편집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드라마 삽입곡을 리코더로 연주하고 역할극을 하는 등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대구에 있는 경북예고에서 성악 수업을 담당하는 서보우 교사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온종일 PC 앞에서 수업 준비와 온라인 수업, 학생들 제출 과제를 확인하다 보면 어쩔 땐 온종일 피시방에서 지내다 퇴근하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서 교사는 온라인 수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퇴근 후에도 밤 10시까지 학생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는 등 학생들을 위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더 큰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텅 빈 교실, 선생님 홀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텅 빈 교실, 선생님 홀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대구고등학교. 김도훈 기자

텅 빈 교실, 선생님 홀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텅 빈 교실, 선생님 홀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광주 상일여고. 천정인 기자

학습 자료 촬영하는 교사.

학습 자료 촬영하는 교사.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음악 수업에 활용할 동영상을 제작하는 교사. 정회성 기자

텅 빈 교실, 선생님끼리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텅 빈 교실, 선생님끼리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 학습 흥미 높이기 위해 역할극으로 교육 동영상 제작하는 교사들. 정회성 기자

선생님과 아이들, 온라인으로 '뚜루뚜루'

선생님과 아이들, 온라인으로 '뚜루뚜루'세종시 다정동 한결초등학교. 김주형 기자

온라인 수업 부족함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

온라인 수업 부족함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화상으로 학생과 이야기 나누는 대구 경북예술고등학교 서보우 교사. 김도훈 기자

온라인 수업 부족함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

온라인 수업 부족함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대구 경북예술고등학교. 김도훈 기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도 온라인 수업이 생소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저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출결석 체크부터 과제물 업로드까지 학습 도우미 역할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서울 용산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학 학부모는 "저도 직장 다니는데 오전에 제가 아이 개학하는 거 보고, 오후에 재택근무하기 위해 남편이 일찍 귀가할 거예요"라며 맞벌이 부모로서의 고충을 토로하였습니다.

한 번에 많은 학생이 수업에 접속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학급 단위 온라인 커뮤니티인 '위두랑'의 경우 1차 온라인 개학부터 접속 오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SNS 서비스를 이용해 출석 체크와 수업 내용을 전달한다고 합니다. 경북예고 서보우 교사는 "위두랑에 접속 오류가 발생해, 학생들이 실습 과제 동영상을 밤 8시가 다 되어서 제출하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수업 시스템 문제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듣는 수업, 장난치는 아이들.

집에서 듣는 수업, 장난치는 아이들.정회성 기자

내 방이 곧 학교.

내 방이 곧 학교.임화영 기자

'형 수업 좀 들을게'

'형 수업 좀 들을게'류영석 기자

엄마와 함께, 초등학교 '온라인 입학식'

엄마와 함께, 초등학교 '온라인 입학식'홍해인 기자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시스템 부분의 문제는 곧 해결될 것 입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학교란 공간이 지식을 익히는 곳만은 아닙니다.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어색함 걷어내며 자신의 마음속에 다른 이를 품는 사람의 관계를 배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방과 후에도 학원 수업으로 바쁜 학생들에겐 온라인이 아닌 실제 공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쉬는 시간 이야기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웃고 떠들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다툼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법도 익혀야겠죠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등교와 개학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집니다. 신록이 빛을 발하는 5월엔 학교에서 학생들의 웃음이 함께 울려 퍼지길 기대해봅니다. 2020.4.25

'아, 학교 가고 싶다'

'아, 학교 가고 싶다'이지은 기자

superdoo8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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