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쏜 이란, 엄포 쏜 트럼프
등록일 2020-04-24 01:48:07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미국과 이란 사이에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이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군사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성가시게 구는 이란 함정은 발포하라”며 엄포를 놨다. 미국과 이란 모두 코로나19 대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긴장 고조는 역설적으로 양측 정권 모두에 힘을 싣는 결과를 안겨주고 있다.

 

연초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군사령관 사살 이후 최고조에 달했던 양측의 군사적 긴장은 지난 석 달간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소강 국면에 들어간 듯했다.

하지만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혁명수비대가 각각 걸프 해역의 군함 근접 문제와 군사위성 발사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설전을 벌이면서 갈등은 재점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 배를 성가시게 하면 모조리 쏴버리라고 해군에 지시했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15일 걸프 해역 북부에서 미 군함 6척과 이란혁명수비대 고속단정 11척이 10m 거리까지 근접하며 상호 위협한 사건을 공개적으로 들춰내며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데이비드 노퀴스트 미 국방부 부장관도 “대통령이 이란에 중요한 경고를 보냈다”면서 압박에 가세했다.

 

그러자 이란혁명수비대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23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미 군함이 걸프 해역에서 이란 군함이나 상선의 안전을 위협하면 “즉시 파괴하라”고 해군에 명령했다고 맞섰다. 이란군 대변인은 “미국은 코로나19에서 자국군을 먼저 구하는 데나 집중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경고는 이란의 첫 군사위성 발사 성공에 대응하는 성격으로도 보인다. 22일 발사 장면을 보도한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자체 개발한 3단 발사체 ‘가세드(배달부)’를 이용해 발사한 인공위성 ‘누르(빛)’가 425㎞ 상공 궤도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해 서방에서는 위협으로 여긴다. 게다가 살라미 총사령관은 “오늘날 군사 강국이라면 우주를 이용하지 않고는 포괄적 방위계획을 세울 수 없다”며 군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어긋난다”며 “자신들이 한 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란이 벌인 악의적 행태의 다른 예”라며 “고속단정 위협과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잠잠했던 양측의 긴장이 다시 높아졌지만, 양국 정권 차원에서는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까지 등장했던 원유 선물시장은 트럼프의 “쏴버려” 언급 이후 급반등했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장중 40% 가까이 치솟았다. 폭락 이후 기술적 반등으로도 해석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인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투기세력의 매수세를 이끌었다고 CNBC는 평가했다.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선 이란에서도 흉흉한 민심을 달래는 데 ‘주적’인 미국 공격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최근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의 진단키트 수입이 막혔다고 비난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란 중앙은행이 지난달 1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요청한 50억달러(약 6조원)의 긴급자금도 사실상 미국 반대로 보류됐다. 테헤란타임스는 “코로나와 미국이라는 두 바이러스와 (이란인들이) 싸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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