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로 고글 산 일본 간호사들...침몰하는 일본
등록일 2020-04-22 12:24:54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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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수가 1만2000여명을 넘어서면서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고 22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오사카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을 담당하는 간호사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의료진들은 오염된 방호복을 재사용해 입는 것은 물론, 주당 1~2매 지급되는 마스크에 거즈를 넣어 사용하며 고군분투한다. 인력 부족으로 준간호학교 학생이 간호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금은 최전선인 의료 현장이 아닌 곳을 향해 이들의 실망감을 컸다.

A씨에 따르면 이 병원은 오사카부 내에 총 12개소의 지정 의료기관 중 한 곳으로 지난달 초부터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확진자수가 한자릿수에 불과해 감염자 모두 음압병실에 입원할 수 있었고, 일부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담당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감염자가 급증한 3월 말부터다. 이 병원은 일반 병동 2층을 모두 전용 병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일반 병동은 음압 장비가 없고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코로나19는 공기를 통한 감염은 없으니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긴밀한 접촉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A씨가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게 된 후 처음 주어진 일은 클리어 파일을 잘라 안면 보호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감염자가 확산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휴식 등의 이유로 분리할 때마다 폐기했고, 의료용 가운과 장갑도 환자마다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의료 물자가 바닥나면서 오염된 마스크와 가운을 재사용하는 것은 당연해졌다.

사태 초반에 입었던 한 장 5000엔(약 5만7000원) 수준의 항균 가운이 바닥나자 병원은 의료진 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A씨는 "내 몸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료용 고글 대용으로 비말 방지용 안경을 샀다"며 "2000엔(약 2만3000원) 금액을 병원에는 청구할 수 없었고 자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예산 466억엔(5260억 원)을 들여 전 가구에 천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A씨는 "정부가 약 466억엔(약 5338억원)을 들여 전 가구에 천 마스크를 나눠준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우선순위가 어긋난 것 아니냐며 동료들 사이에 실망의 목소리가 컸다"며 "일본은 선진국인데 왜 의료 물품을 가장 필요한 곳에 주지 못하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의료진들은 앞서 지난 7일 의료붕괴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국가 책임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아베 신조 총리에게 제출했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 내 의료진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감염자가 돼 가족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가장 크다. A씨는 "방호물품을 착용해도 식사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게되고, 휴게실이나 단말기 등은 동료와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 감염돼도 이상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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