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가 '여풍' 진화…당당한 '언니'들이 뜬다
등록일 2020-09-07 08:01:58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노는 언니·운동뚱·환불원정대 인기…"자신의 이야기 펼치는 게 특징"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2018년 이영자의 연예대상 2관왕 수상이 신호탄이었던 예능가의 '여풍'(女風)이 최근 더욱 진화하고 있다.

 

박나래, 송은이, 김숙 등 2∼3년 전부터 맹활약했던 여성 예능인들의 인기가 여전히 공고한 가운데 새롭게 발굴된 방송인들이 예능가 여풍 대열에 합류하며 인력 풀도 다변화하고 있다.

'노는 언니'

'노는 언니'

[E채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단연 E채널의 '노는 언니'다. 골프선수 박세리를 필두로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 정유인(수영), 한유미(배구), 김은혜(농구)가 출연한다.

이 프로그램은 남성으로만 이뤄진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계보에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을 새롭게 발굴했다는 평을 받는다. 처음 기획부터 '여성이 주로 나오는 예능'을 목표로 제작됐지만, 기존의 여성 예능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블루 오션'인 여성 스포츠 선수에게 주목했다는 점에서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이만기부터 안정환과 서장훈, 허재, 현주엽 등까지 남성 스포츠 선수들의 예능가 진출은 활발하게 이어져 왔지만 여성 스포테이너는 드문 편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방현영 CP는 5일 통화에서 "방송가에서 어느 정도 진행 능력이 보장된 여성 MC는 몇 명 되지 않고, 요즘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여성 MC들은 PD들 사이에서 섭외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신생 채널이라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섭외 계기를 설명했다.

물론 예능에 낯선 선수들을 데리고 예능을 찍는 건 베테랑인 그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방 CP는 "첫 촬영 날 어색하게 끝날까 봐 정말 떨렸다"면서 "다행히 출연자들끼리 금방 친해졌고 세리 감독님이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기운을 줬다"고 밝혔다.

'오늘부터 운동뚱'

'오늘부터 운동뚱'

[iHQ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웹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의 김민경 역시 올해 재발견된 여성 엔터테이너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민경의 별명은 '근수저'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뛰어난 운동 능력을 하나둘씩 깨달아가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얻는다. 과거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체구와 외모와 관련된 자학적인 개그를 선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가수 이효리 또한 이전부터 '패밀리가 떴다' '효리네 민박' 등을 통해 예능감을 인정받았지만, 올해 MBC TV '놀면 뭐하니?'를 통해 다시 한번 예능 전성기를 맞았다. 그룹 '싹쓰리'로 히트를 한 뒤에는 엄정화, 제시, 화사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 '환불원정대' 활동을 앞두고 있고, 카카오TV 디지털 오리지널 예능 '페이스 아이디'에도 얼굴을 비췄다.

환불원정대

환불원정대

[M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성 예능이 주목받으면서 남성이 중심의 기존 예능 프로그램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tvN '삼시세끼'는 시즌 최초로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 등 여성 연예인으로만 구성된 '산촌편'을 선보였다. 유재석은 tvN 새 예능 '식스센스'에서 데뷔 이래 최초로 여성으로만 구성된 고정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다. 과거 '규라인'(이경규 라인), '유라인'(유재석 라인), '강라인'(강호동 라인) 같은 단어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퍼질 정도로 단단했던 예능가 유리천장도 수년에 걸쳐 균열이 나고 있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엔 여성 예능인들이 남을 웃기기 위한 코미디를 했다면, 요즘엔 자기 이야기를 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실현하는 소재가 많다. 문화 주 향유층인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라며 "여성을 인위적으로 내세웠다기보단 그들의 삶을 녹여내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좀 더 호응을 보내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짚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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