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없어진 공채 개그맨들, '유튜브'의 바다로
등록일 2020-08-17 03:22:48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예능 고정보다 쏠쏠할 때도…유튜브 인기에 거꾸로 TV 진출도

 

 

 

 

방송 환경 악화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개그맨들에게 '유튜브'가 새로운 직장으로 자리 잡았다.

공채 개그맨들의 삶의 터전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공중파 방송사들이 폐지하면서 사실상 실직 상태에 접어든 게 이런 변화를 불러온 가장 큰 이유다.

인기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는 비판 속에 명맥을 유지하던 KBS 2TV '개그콘서트'마저 종영한데다, 예능 프로그램 '개그맨 몫' 고정 출연 자리가 매우 한정된 상황은 자연스럽게 개그맨들을 유튜브로 내몰았다.

유튜브의 자유로운 제작 환경은 태생적으로 자유분방한 개그맨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대안 플랫폼이기도 했다. 넘치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바탕으로 제작진 간섭이나 분량 제약 없는 방송물 제작에서 개그맨들은 강점을 보이기 시작했다.

 

콘텐츠 유형은 '몰래카메라' 형식이 주를 이룬 가운데 다양하게 발전 중이다.

먼저 자체 콘텐츠를 선보이는 개그맨 중에서는 손민수와 임라라의 '엔조이커플'이 181만명 구독자를 확보,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다.

6년째 열애 중인 두 사람은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는 브이로그와 커플 상황극을 주로 선보인다.

SBS 공채 개그맨인 안진호, 최부기, 정재형이 뭉친 '동네놈들' 채널도 115만명을 끌어들였다. 대부분 콘텐츠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준다.

SBS 출신 김승진, 유룡, 이재훈으로 구성된 3인조 개그전문 채널 '배꼽빌라'도 91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으며, KBS 출신 장윤석과 tvN '코미디 빅리그'로 데뷔한 임종혁의 몰래카메라 '낄낄상회'도 83만명을 훌쩍 넘겼다.

이밖에 KBS 출신 조충현이 성대모사를 하면서 게임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는 '조충현'(42만명), 무명 개그맨 박상현의 '상현아 웃겨줘'(48만명), KBS 출신 방주호와 정승빈의 '깨방정'(46만명) 등도 호응을 얻고 있다.

방송에서 하던 프로그램의 연장선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SBS TV '웃찾사' 속 '흔한남매' 코너의 연장선인 '흔한남매'는 장다운과 한으뜸이 남매의 일상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내 무려 20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웃찾사' 속 '레전드 매치-문과이과'에서 따온 김성기-신흥재의 '1등 미디어', '개그콘서트' 속 '박준형의 생활사투리'를 연장한 김시덕-이재훈의 '사투리TV' 등도 비슷한 포맷이다.

인기 개그맨들의 유튜브 활동도 최근 더 활발해졌다.

양세형의 '양세브라더스'(51만명), 이수근의 '이수근 채널'(45만명), 김준호의 '얼간 김준호'(43만명), 이상준의 '주간 이상준'(43만명), 홍윤화-김민기의 '꽁냥꽁냥'(42만명), 이국주의 '이국주'(39만명), 이상훈의 '이상훈TV'(33만명) 등이 개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무대 개그는 아무리 개그를 잘 짜도 누군가 그걸 뽑고 선정해줘야 하는 과정이 있지만, 유튜브는 대중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 괜찮은 캐릭터와 공감 가는 코드만 있으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상 속 웃음을 많이 추구하다 보니 개그맨들도 그런 형식을 찾아간다. 물론 몰래카메라 등 포맷이 지나치게 자극적일 수 있는 문제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자주 회자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TV 활동을 재개하는 스타의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엔조이커플' 손민수-임라라 등이 그렇고, 개그맨은 아니지만 '방가네'로 활동 중인 남매 스타 고은아-미르, '드럼좌' 빅터한도 대표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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