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대학생들도 지쳐만 간다
등록일 2020-08-14 03:01:07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 캠퍼스 폐쇄 장기화… “미래 없다” 비관

 

▶ 42% 우울감 호소… 작년보다 2배나 증가

 

가을 학기 휴학을 고민 중인 UCLA 2학년 신디 민양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그룹 채팅방에 접속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불안을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로 풀고 있는 것이다.

기숙사 입주가 불투명해지고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감정이 격해져 “세상이 우리를 버린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우리에겐 미래가 없는 것 같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댓글이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 속에 대학생 등 젊은층의 정신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헬시 마인즈 네트웍’이 지난달 9일 대학생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 캠퍼스가 폐쇄된 2020년 봄 학기 우울증을 호소한 대학생들이 2019년 가을학기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약 42%의 학생들이 우울감에 시달려 정신건강센터를 찾았으나 학생들의 60% 이상이 진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25세 이하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임상 심리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의 강나연 디렉터는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은 학교와 직장, 가정생활, 커뮤니티 등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크다”며 “불안, 우울감, 가족 갈등이 주 원인이지만 학교 친구나 절친, 친한 친척으로부터의 사회적 고립이 생기고 교회, 스포츠 및 취미 클럽 활동 등이 중단되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된 것도 이유”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유발한 청소년 정신건강 위협 증가요인으로 ▲전반적인 신체활동 감소, 게임 이용시간 증가, 수면시간 감소로 인한 분노 및 긴장 증가 ▲감염에 대한 공포 및 가짜 뉴스로 인한 불안감 증대 ▲친구와 선생님 등과의 교류 및 놀이활동 감소로 인한 사회적 위축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가족 갈등 및 학대 위험 증가 등이 있다.

강 디렉터는 “오랜 기간 지켜본 결과 대학에 진학한 한인 학생들이 심각한 정신건강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불안장애나 우울증으로 휴학을 하거나 극복하기 힘든 스트레스와 대처능력 부족으로 자퇴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현재의 상황은 대학생들에게 전통적인 학교 생활 및 지원 네트웍 혼란으로 정신건강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만 있게된 10대 청소년들도 정신건강 위협이 증가했으며 이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세심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전국연맹(National Alliance on Mental Illness)에 따르면 NAMI 헬프라인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가 작년 대비 65%나 증가했다. 하루 평균 200통 이상의 상담전화가 걸려오고 있으며 대다수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10대들의 상담 역시 불안 고조가 많았다.

크리스틴 강 정신과 전문의는 “줌(Zoom)을 이용한 화상 상담이 어깨를 두드려주거나 껴안아주는 온기를 대신할 수 없다. 원격으로 그룹치료를 계속하고 있지만 주간 의료제한으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강 전문의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두려움과 우려, 수면 또는 식사 패턴의 변화, 집중력 장애, 만성질환의 악화, 정신건강상태 악화, 담배 및 알코올, 기타 약물 사용량 증가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팬데믹처럼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시기에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심리학협회가 발표한 6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80%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유발의 주 원인이 국가의 미래를 꼽았다. 연령층이 높을수록 마스크 착용 등 예방책을 찾아 불안감을 없애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생)는 67%이상이 불안감을 없앨 방도가 없으며 58%가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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