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채권 대체 투자 모두 빨간불
등록일 2020-03-23 08:45:59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주식·채권 등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증권사 영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권수익과 대체투자 관련 수익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해왔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수익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채권이었다. 채권에서만 6조 7480억원을 벌어들여서 주식손익(5295억원)의 12배에 가까운 수익을 안겨다 줬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식이 지루한 박스권에 갇혀 있을 동안 경기둔화 우려에 채권가격이 오르면서 증권사의 전체 수익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밖에 IB부문 수수료가 전년 대비 28.2%나 증가하면서 3조 4122억원을 기록했다. 수탁수수료가 전년대비 23.8% 깎인 분을 IB 수수료가 만회해 준 셈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부문 간 손익을 메웠던 것이 올해는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3월 들어서만 총 21.18%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점점 증폭된 데 따른 것이다. 주가 뿐 아니라 채권까지 매도해 현금을 찾으려는 이들이 늘면서 국고채 3년물은 3월 초 대비 연 0.003%포인트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 경제상황이 위중할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가격이 오르는데, 되레 반대로 된 것이다. 19일엔 연 1.193%까지 금리가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금을 팔고 현금을 찾으려는 수요에 금가격 역시 3월 들어 줄곧 하락하며 현재는 온스당 1500달러 미만으로 내려온 상태다.

여기에 파생상품 관련손실까지 떠안게 생겼다. 지수연동형 주가연계증권(ELS)이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글로벌 지수들이 폭락했는데, 이를 자체 헤지하는 국내 증권사의 경우 헤지하기 위해 사들인 해외선물에서 줄줄이 마진콜(담보부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주요 6개 증권사와 기업어음(CP) 긴급 회의를 열고 유동성 지원을 논의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을 운용하면서 나온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한 CP 등 단기채권 물량을 매각, FX시장에서 달러로 바꿔 납부하며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서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한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시장에선 해외 대체투자들도 여럿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며 IB에서 수익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증권업은 들고 있는 자산이 금융자산이 대부분이고 그 중 채권이 절반인데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당장은 평가익이 발생할 순 있어도 장기적으론 채권금리 하락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며 “주식 등 직접투자 부문에서도 평가손을 피할 수 없고, 대체투자 역시 자산가격 하락 때문에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며 심지어 환금성이 매우 낮아 유동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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