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퍼머 못하고 위생문제…“영업포기” 속출
등록일 2020-07-23 03:10:45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 실외 영업만 허용지침에 “현실 무시한 정책”

 

▶ 염색·퍼머 못하고 위생문제…“영업포기” 속출

 

“현실을 무시한 정책에 마음이 답답하다.”

미용실과 이발관의 실외 영업을 허용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조치에 한인 미용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외 영업이라는 낯선 영업 방식도 그렇지만 LA 한인타운의 미용업계 현실과 거리가 먼 조치라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마냥 문을 닫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인 미용업계는 생존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21일 LA 한인타운 내 대부분의 미용실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어 평소 붐비던 모습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전날 개빈 뉴섬이 가주지사가 정례 브리핑에서 미용실과 이발관, 네일샵, 마시지 업소 등에 대해 조건부 실외 영업 재개를 발표한 것과는 달리 한인 미용업계는 영업 재개 준비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한인 미용실 업주들이 한결 같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 가주정부의 실외 영업 허용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실외 영업이라도 통풍을 위해 2개 면 이상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커트 중에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한인 미용실 업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한인타운의 경우 주변에 음식점들과 함께 공간을 쓰고 있는 미용실이 많다 보니 실외 영업을 하는 음식점과 위생환경 문제로 다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3가 선상에 있는 한 한인 미용실 업주는 “이번 가주정부의 실외 영업 조치는 저 한적한 시골 마을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업종의 상점과 붙어 있는 한인타운에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며 “1주 전 셧다운에 이어 실외 영업 조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성토했다.

여기에 머리를 감는 샴푸 서비스를 비롯해 소위 ‘돈되는 서비스’인 염색이나 퍼머 서비스는 실외 영업에서 제외되어 있어 가뜩이나 떨어진 매상을 만회할 서비스 없이 기본 커트만으로 품만 들고 실속이 없다는 것도 실외 영업에 냉담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림픽길에 위치한 미용실 업주는 “코로나19로 평소 고객의 25~30% 수준으로 줄어든데다 여성 고객이 상대적으로 더 급감해 문을 열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며 “실외 영업을 하려면 캐노피, 전기선, 비품 등 또 다른 비용이 수반돼 엄두고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외 영업을 포기하고 아예 미용실 문을 닫고 있겠다는 한인 업주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라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전돼 실내 영업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8가길 선상에 위치한 미용실 업주는 “미용실 주차장에서 실외 영업을 할 수 있지만 추가 비용 부담과 머리카락 날림 문제 등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실내 영업 재개 때까지 차라리 견디면서 버텨내는 게 차라리 낫다”고 설명했다.

한인 미용업계에 따르면 이번 실내 영업 재개 조치가 오히려 음성적인 영업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본력이 취약한 미용업계의 속성상 영업 폐쇄를 장기간에 걸쳐 버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약 고객 위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영업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집에서 미용영업을 하고 있는 현상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업주들의 설명이다.

재미한인미용협회 존 백 회장은 “실내 영업 조건은 한인 미용업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 수용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협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안도 마땅히 없어 답답한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