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편 많아졌다
등록일 2020-07-20 03:33:52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김호용씨가 지난 12일 부인 김수현 씨를 위해 카레라이스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콕’생활이 만 4개월을 넘기며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남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기와 계란 프라이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던 1세-1.5세 남편들이 변하고 있다. 특히 가부장적인 사고가 강한 중년 이상의 이민1세대 남자들이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집밥’이 대세가 되면서 요리를 하는 아빠, 남편들이 늘게 된 것. 코로나19 시대 ‘뉴 노멀’ 신풍속도의 하나다.

#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김호용·김수현씨 부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기존에 출석하던 중앙시니어센터 등이 모두 문을 닫고 아무데도 나가지 못하고 되며 삼시세끼를 꼬박 집에서 챙겨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고마움과 미안함에 부엌일을 조금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깨너머로 김치볶음밥 등 간단한 음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카레라이스다. 남편이 차려준 밥상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아내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요즘은 1주일에 한번은 식사당번을 한다.

#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 거주중인 이대섭·이혜란씨 부부 역시 요즘 일주에 한 두 번은 남편이 요리를 맡는다. 지난주에는 쟁반비빔국수를 만들었는데 왠만한 식당에서 사먹는 거 보다 훨씬 나았다.
이혜란씨는 “매주 월요일자 한국일보에 실리는 ‘노효선의 코리안 밥상’을 유심히 챙겨보는 남편이 레시피를 모두 오려 냉장고문에 붙여두고 만들고 있다. 집에 요리사 남편 하나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 버지니아 게인스빌에 거주하는 40대의 김정식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주말에 아내와 초등·중학생 자녀를 위해 간단한 음식을 만든다. 레시피는 인터넷을 검색해 찾아 사용하거나 아내에게 자문을 얻는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스파게티와 갈릭 브레드, 샐러드를 만들어 저녁식사를 했다.

김 씨의 부인 김은희 씨는 “엄마들이 하는 요리는 매번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주말에만 맛볼 수 있는 아빠의 요리가 특별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외치는 애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남편이 이렇게 도와줄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남편 덕분에 전체적으로 가족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남편의 바뀐 모습이 영 달갑지 않은 아내들도 있다.

메릴랜드 로럴에 거주 중인 30년차 주부 이모씨는 “평생 주방에 들어오지 않던 남편이 주방에 들어오고부터 시도 때도 없이 냉장고 검사를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재료를 찾아내 버리면서 잔소리를 하는데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털어놨다.
또 음식을 만들 줄만 알지 뒤처리는 모르는 남편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아내들도 많다. 간단한 음식 하나 만들면서도 설거지거리가 쌓이고 온갖 양념으로 주방은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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