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때문에 '골머리'
등록일 2020-06-11 01:45:35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코로나·약탈·시위로 통행량 줄면서 급증


LA시도 방치…흉한 외관에 손님 줄까 걱정 

 

LA시에 코로나19와 약탈 사태 이후 낙서가 늘어나면서 한인 업주와 건물주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낙서로 도배된 웨스턴가 한인 쇼핑몰 외벽. 김상진 기자

LA시에 코로나19와 약탈 사태 이후 낙서가 늘어나면서 한인 업주와 건물주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낙서로 도배된 웨스턴가 한인 쇼핑몰 외벽. 김상진 기자

 

코로나 19 확산과 시위·약탈·통행금지 이후 LA 건물 곳곳에 낙서가 크게 늘면서 영업을 재개하려는 업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낙서 중에는 ‘그라피티 아트’를 흉내낸 것도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비방을 포함해 범죄로도 볼 수 있는 내용도 있어 그대로 두고 영업하기 어려워 방치할 수도 없다.

LA 다운타운에서 소매업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는 “늘어나는 낙서 때문에 경찰에 신고까지 했지만 낙서범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신고 이후에도 피해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LA 한인타운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또 다른 한인 업주는 “벽화 낙서가 없을 때는 같은 색의 페인트로 전면을 칠하면 됐는데 벽화를 형형색색으로 그려놓아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벽화 위에 다시 낙서가 뒤덮이면서 이 업주는 낙서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라도 끊기면 어떡하나 걱정이 늘었다.

LA서 20년째 페인트공을 하는 김모 씨는 “최근 들어 낙서 관련 문의가 두세 배 늘었다”며 "낙서 크기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지우는 데만 300~400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LA시도 낙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이 길어지며 예산이 줄어들자 도로 보수와 가로수 관리, 낙서 제거, 주민의회 지원, 갱단 대응 프로그램 등 전반적인 시 정부 업무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상 낙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인 업주는 “낙서 담당 부서에 전화했지만 자동응답기만 나오고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답답해 했다. 이 업주는 나중에 겨우 통화를 했지만 “낙서 담당자가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중이니 나중에 전화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허탈해 했다.

 

현재 LA시는 경찰, 소방관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하고 일반 공무원 1만6000여 명은 무급휴가와 함께 임금 10% 삭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회계연도에는 도로 보수와 가로수 관리가 줄고 311 민원 서비스의 대기시간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새 회계연도가 되도 세수가 1.8%밖에 늘지 않을 전망인데, 이는 지난 6년간 매년 평균 증가 폭 4.5%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또 셧다운으로 호텔 숙박세와 판매세, 주차요금 등 주요 세수가 줄면서 낙서 제거 업무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낙서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여전히 통행량이 줄어 보는 눈이 많지 않아 낙서가 줄기 어렵고 낙서 증가를 유발하는 심리적 환경도 나이질 것 같지 않다. 전문가들은 낙서를 억압된 감정의 순간적인 분출로 본다. 코로나 확산 시대의 경제 여건 악화와 재택근무 및 외출자제 등에 따른 스트레스 누적을 고려할 때 당분간 낙서는 수그러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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