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규제 전격완화에 美 혼란…해방감·두려움·새 의문 교차
등록일 2021-05-14 12:29:13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정부기관 간에도 마스크 놓고 엇박자…대형 체인점들은 "일단 계속 마스크 착용"

CNN "두려움의 뿌리는 백신 안 맞은 사람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몸에 밴 마스크 습관 버려야 하는 심리적 장벽도…바이든 여사 "벌거벗은 기분"

 

미 CDC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대부분의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놓은 13일(현지시간)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동료와 나란히 서 있다. [AF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실내외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권고하면서 사람들에게 해방감과 동시에 두려움과 혼란을 안기고 있다고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지침이 1년 넘게 이어진 마스크 스트레스와 공포에서 해방시키기도 했지만 부모나 고용주, 기업·사업체 운영자는 물론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새로운 복잡한 질문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CNN은 CDC의 전격적 마스크 지침 완화가 백악관 관리들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이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임기 초기의 큰 정치적 성공이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박멸의 여정에서 핵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번 지침 완화가 팬데믹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도 미국이 이제 막 정상 생활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DC의 발표 이후에도 혼란과 모호함, 규정 간 충돌이 빚어지며 많은 질문과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당장 CDC가 업데이트된 지침을 내놓은 13일 워싱턴DC의 정부기관끼리도 불협화음을 빚었다. 백악관은 백신을 맞은 직원들에게 업무 중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에서 의원들이 마스크를 벗도록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그들이 모두 백신을 맞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미 전역의 학교에서는 교실 문으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방과 후 자녀를 데리러 온 많은 부모가 여전히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목격됐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CNN은 아직 어린이를 위한 백신이 승인되지 않은 시점에 이런 장면은 CDC의 새 지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밤 많은 미국인은 또 시내와 술집에 나와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마스크 규제 완화를 기념했다. 그러나 비행기·버스·기차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9월 13일까지 계속 시행 중이다.

CNN은 과학적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의 확산지로 자주 지목돼온 술집에서 사교 활동을 하는 것보다 항공기 여행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왔다고 꼬집었다.

새 지침을 둘러싼 두려움과 실망의 근원에는 이번 조치가 전적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손님이 마스크를 안 써도 안전한지 가게·식당 주인이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 문제가 앞으로 몇 달간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파우치 소장은 "알 수 없을 거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는지 아닌지 솔직히 말하고, 마스크를 쓸 만큼 충분히 책임감이 있다는 것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애나 웬 조지워싱턴대학 방문교수는 CDC가 극과 극을 오갔다고 주장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자신의 4살짜리 아들이 식료품점에 간다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백신 미(未)접종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침이 어디서 왔는지 어리둥절하다. 나는 우리가 많은 단계를 건너뛰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새 지침은 마스크 쓰는 것에 짜증을 내왔고 백신을 맞을 의향은 전혀 없는, 주로 보수층의 미국인들도 마스크를 벗어 던질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바이러스의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이 워낙 갑작스러웠던 탓에 사업주나 식당 주인, 지역 공무원들은 어떤 후속 조치를 해야 할지를 두고 허둥대고 있다. 어떻게 마스크 의무화와 정원 제한 규정을 바꿔야 하고 백신 접종 증명은 어떻게 하도록 할 것인지 등의 질문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실제 타깃과 홈디포, 해리스 티터, 웨그먼스 푸드마켓 등의 대규모 체인 소매점들은 당분간 매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고 단속하는 일은 더 어려워지고 많은 논쟁을 초래할 전망이다.

노동조합들은 새 지침이 혼란을 초래하고 직원들을 더 높은 위험에 빠트린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스는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쓰도록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어떻게 가려낼지는 미지수다.

또 전미식당연합회(NRA)는 백신을 맞은 사람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지침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심리적 층위의 장벽도 남아 있다. 수개월간 반복된 정부 지침과 이제는 몸에 뿌리 박힌 행동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두고 과학을 무시한다고 타박해온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서 똑같은 과학을 믿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CNN은 짚었다.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3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웨스트버지니아에 도착해 한 발언은 많은 사람이 겪을 충격을 대변해준다고 CNN은 지적했다.

바이든 여사는 "우리는 벌거벗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10515004200091?section=international/north-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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