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제안…"세계경제 리더십 회복" 선언
등록일 2021-04-06 12:06:28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옐런 "법인세 '바닥경쟁' 멈춰야…미국, 세계시장 존재감 강화"

자국 경기부양 위한 재정확충책…민주당은 기업 해외소득 증세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충을 목적으로 자국 법인세 인상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국을 탈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자 세계 경제에 주도권을 키우려는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각국 법인세율에 하한을 설정하고자 주요 20개국(G20)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0년간 이어진 각국의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국은 그간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였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30%를 넘는 국가는 2000년 55개국에서 현재 20개국 미만으로 줄었다.

전 세계 법인세율 평균은 1980년 40%였지만 작년 23%로 낮아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조세재단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옐런 장관은 세금경쟁 압력을 끝내면서, 각국 정부가 필수 공공재에 필요한 세수를 충분히 얻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 세제를 갖추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부 당국자는 이날 법인세 하한선 설정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세계의 다른 주요 경제국들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 기업들이 조세회피처 국가로 이익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 입법을 활용하고, 다른 나라도 같은 조처를 하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행 21%인 미국의 법인세율을 28%로 상향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를 위해 제시한 2조2천500억 달러 규모의 예산 확보에 매우 중요한 재원이다.

 

 

그러나 미국이 법인세율을 올리면 기업이 미국 내 투자를 꺼려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외국으로 일자리 유출이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옐런 장관의 법인세 하한선 설정 발언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국제협력을 끌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그는 이날 연설에서 국제경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 우선'(아메리카 퍼스트)이 '미국 홀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면서 "오늘날 어떤 국가도 단독으로 국민에게 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리더십과 개입의 부재로 우리의 제도와 경제가 취약해졌다"며 "미국은 공정경쟁의 장인 세계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는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보호하고 집행하고자 파트너들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는 방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근성 개선방안, 세계 경제의 강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장려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옐런 장관이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 도입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련 논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조세협약 논의 과정에서 법인세율 하한선으로 12%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장관의 글로벌 법인세 제안과 맞물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미국기업이 외국서 번 돈에 세금을 더 물려 국내투자를 촉진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상원 금융위원회 소속 민주당 론 와이든(오리건)·셰로드 브라운(오하이오)·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은 국제조세 체계를 전면 정비하자고 이날 제안했다.

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국제조세 체계 개편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이 유형자산을 외국으로 보내 외국에서 비과세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됐고 일자리를 외국으로 옮길 인센티브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세제개혁을 단행해 '미국기업 외국자회사의 무형자산 소득'에 관한 조항(GILTI)과 '미국기업이 외국에서 무형자산으로 번 소득'에 관한 조항(FDIi)을 마련했다.

미국기업이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을 세율이 낮은 국가에 소재한 자회사로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다만 조항신설과 함께 높은 공제율을 적용해 GILTI와 FDIi 실효세율이 각각 10.5%와 13.1%에 그쳐 법인세율(21%)을 밑도는 점을 비판받았다.

또 기업이 공장 등 유형자산까지 외국으로 옮겨 '외국에서 무형자산으로 벌어온 소득'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식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GILTI와 FDIi 세율을 서로 똑같이 맞추고 법인세율과 차이도 줄이자고 제안했다.

또 GILTI를 외국자회사가 소재한 국가별로 계산하도록 바꿔, 세율이 높은 국가 자회사에서 발생한 소득을 세율이 낮은 국가 자회사로 옮겨 세금을 피하는 것을 방지하자고도 했다.

의원들은 '세원잠식남용방지세'(BEAT) 세율도 높이자고 촉구했다.

BEAT는 기업이 외국으로 세원을 이전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된 조세 항목이다.

의원들은 "기업에 이윤을 돌려주고 공장을 외국으로 내모는 대신 미국 노동자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상하는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금융위원장인 와이든 의원과 상원에서 세금 문제에 가장 진보적이라고 꼽히는 브라운 의원, 더 중도적인 워너 의원이 함께 제안을 내놨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제안이 민주당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jbryoo@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10406003451071?section=international/north-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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