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중국 협공…미·EU 등 "위구르 인권탄압" 동시다발 제재
등록일 2021-03-23 10:27:52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EU 시작해 미·영·캐나다, 줄줄이 인권제재…유럽, 미중갈등 속 美에 힘실어

"동맹복원 강조한 바이든의 성과"…중국, 즉각 보복조처하며 강력 반발

 

(워싱턴·브뤼셀·선양=연합뉴스) 류지복 김정은 차병섭 특파원 =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22일(현지시간) 중국 서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삼으며 중국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제재를 가했다.

지난 18~19일 미중의 알래스카 고위급 2+2 회담이 충돌 속에 끝난 뒤이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유럽 방문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치다.

미국의 동맹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동맹복원' 구호에 호응하듯 인권을 고리로 대중 공세에 줄줄이 가세함에 따라 미중 갈등이 서방진영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도 확대되는 형국이다. 중국은 즉각 보복 조처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했다.

포문은 유럽연합(EU)이 먼저 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주하이룬 전 신장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 신장정치법률위원회 서기 등 신장 관련 4명과, 신장생산건설병단 공안국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곧이어 미국도 왕쥔정과 천밍거우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주하이룬, 왕민산은 이미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와 있던 인물이다.

이번 제재는 심각한 인권 탄압이나 부패에 관여한 인사의 미국 재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제한하며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이 적용됐다.

미국은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이는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서방에선 신장 수용소에 최소 100만 명이 억류돼 고문, 강제노동에 시달린다고 비난하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한다.

영국과 캐나다 역시 EU,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중 제재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EU와 영국, 캐나다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천취안궈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당서기는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미 알래스카서 고위급 회담 시작하는 미·중 대표단

미 알래스카서 고위급 회담 시작하는 미·중 대표단

(앵커리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측 토니 블링컨(오른쪽 2번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왼쪽 2번째)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왼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외교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중 간 첫 고위급 대면 회의로, 향후 바이든 행정부 4년간 미중 관계를 가늠할 풍향계로 주목받고 있다. leekm@yna.co.kr

이날 제재는 개별적으로 발표됐지만 각국은 조율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 재무부는 "미국은 신장과 전 세계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싸우기 위한 글로벌 노력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계속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 문제와 관련해 유럽의 국가들과 매일 접촉했다며 이를 '유럽 로드쇼'라고 불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불리는 국가의 외교장관들도 중국의 신장 인권 문제에 관한 우려에 대해 하나로 뭉쳐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서방 진영이 합심한 이번 조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이 각종 쟁점을 둘러싼 이견과 충돌 속에 공동 성명도 내지 못한 채 종료된 이후 나온 것이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이 유럽을 방문하는 날에 맞춰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중국 대응 전선에 힘을 실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는 미국이 중국과 일대일로 대립하는 구도였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을 규합한 다자적 접근법 속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혀왔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대서양 연안 국가의 단합된 대응은 인권을 위반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EU가 인권 유린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한 것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사태로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한 이래 처음이라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EU가 미국과 달리 그동안 중국과 대립을 피해왔다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EU의 외교정책 결정 기구로 알려진 정치안보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보복 조치를 즉각 취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고, 악의적으로 거짓말과 가짜정보를 퍼뜨린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관련 인사와 그 가족은 중국 본토 및 홍콩·마카오 입국이 금지된다"면서 "그와 관련 있는 기업·기구도 중국 왕래에 제한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독일, 벨기에 외교장관 등과 함께 중국의 보복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 하에서 중국에 대한 서방의 첫 조율된 조처"라며 "미국의 대중 외교 압박에서 조기 결실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10323002252071?section=international/north-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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