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교수업 추진…"비대면 장기화로 학력격차 심화"
등록일 2021-02-03 11:50:27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CDC "방역수칙 지키면 학교가 더 안전" 연구 결과

미 교사들 "백신 맞기 전까지 등교 못해"…사회갈등 양상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격 수업을 진행해온 미국과 유럽국이 속속 등교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학력 격차 심화와 학생들의 정신건강 악화가 우려되고, 육아를 위해 휴직한 부모들이 서둘러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에 따른 조처다.

하지만 교사들을 포함한 일각에선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수업을 재개하는 데 대해 반발해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코로나19 검체 '셀프 채취' 하는 미국 학생들

(보스턴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학교 교실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학생들이 자신의 코 속에 직접 면봉을 집어넣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leekm@yna.co.kr

◇미국·스코틀랜드·루마니아 등 속속 등교 재개

1년 가까이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온 미국에선 주 차원의 등교 재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총 20억달러(약 2조2300억원)를 투입해 등교를 재개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대면 수업을 재개하는 학교에 코로나19 검사 비용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등교를 빨리할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모든 교사가 백신을 맞을 때까지 등교를 재개해선 안 된다는 교사노조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할 경우 캘리포니아에서 등교수업을 아예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이오와에선 킴 레이놀즈 주지사가 지난달 29일 서명한 법에 따라 이번 달부터 각 교육구는 학부모가 요청할 경우 의무적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유타주에서도 솔트레이크시티 교육 당국이 최소 주 2일 등교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주 의회가 등교 재개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유럽국도 최근 봉쇄조치 완화의 일환으로 대면수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오는 22일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1~3학년의 등교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코틀랜드에선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부터 유치원과 학교를 폐쇄해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월 8일부터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등교가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정부도 월요일인 오는 8일부터 유치원과 학교의 등교를 일부 재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다음 주부터 대부분의 아동이 대면 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감염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등교 범위가 조정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도 오는 8일부터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등교 수업을 다시 시작하며, 노르웨이는 3일부터 수도권의 봉쇄조치를 완화해 등교 수업이 확대된다.

지난해 8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학력격차·정신건강 악화 안돼" vs "백신접종 전까진 등교 못해"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실하게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이 등교 재개에 나선 건 비대면 수업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더는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팬데믹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아이들이 교육적,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데 따른 사회적 손실이 코로나19 전파의 위험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장애아동 등 소외계층 아이들이 방치되는 문제, 팬데믹 기간의 학습 격차가 장기적으로 소득 격차 및 불평등 확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온종일 집에서 화면으로 수업을 받으니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토로한다.

뉴햄프셔 주민이자 6학년, 10학년 아들을 둔 알리셔 휴스턴은 AP에 "아이들이 더 어두워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라면서 "이들이 입은 정서적, 정신건강 차원의 트라우마는 곧바로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출근을 포기한 부모들이 직장에 복귀하기 위해서라도 등교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학교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지 않을 것이란 일부 전문가의 판단도 등교 재개를 결정한 요인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26일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준수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학교가 다른 곳보다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소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백신을 맞기 전까진 등교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선 등교를 강행하면 교사 노조들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AP는 전했다.

스코틀랜드 최대규모 교사노조인 '스코틀랜드 교육재단'의 래리 플래너건 사무총장도 정부의 등교 재개 계획에 대해 "지역별 바이러스 확산 억제 상황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라면서 스터전 수반이 학생들이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고 언급하지 않아 놀랐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10203089600009?section=international/north-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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