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탄핵 수난사…닉슨 자진사퇴·3명은 상원서 살아나
등록일 2021-01-12 08:21:25 트위터로 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쪽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문의를 받지않습니다 프린트하기

역대 45명중 11명이 재임중 탄핵안 직면…실제 탄핵된 대통령은 없어

 

또다시 탄핵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임기를 불과 9일 남겨두고 또다시 탄핵 심판대에 섰다.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의 탄핵소추안 가결 후 상원 부결이란 불명예를 안은 데 이어 이번에는 시위대의 의회 난동 사태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불운한 임기 말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45명 중 중범죄부터 비교적 경미한 범죄로 인해 탄핵 결의안에 직면한 이는 모두 11명이다.

첫 번째 공식 탄핵 절차는 1843년 존 타일러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됐다. 휘그당이 제안한 2개의 관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하원은 대통령이 독단적이라며 탄핵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부결됐다.

한국전쟁 당시 대통령이던 해리 트루먼은 제철소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기 위해 제철소 몰수에 나서고 이에 하원이 탄핵안을 꺼내 들었지만, 표결까지 가지는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3년 '그레나다 침공', 1987년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탄핵안을 촉발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이라크전을 시작했다가 "평화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음모를 자행한다"는 내용의 탄핵안에 직면했다.

앤드루 존슨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앤드루 존슨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 탄핵안은 모두 표결까지 이르지 않거나 하원 단계에서 부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등 4명의 대통령은 상황이 달랐다.

닉슨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 표결 직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나머지 3명은 하원에서 소추안이 통과된 뒤 상원에서 부결됐다.

존슨 대통령은 1868년 탄핵안에 직면했다. 그는 남북전쟁 후 남부 정책을 놓고 북부 공화당 급진파와 갈등을 빚었다. 1867년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을 해임하고 다른 이를 앉히려고 시도했다가 관직보유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하원은 존슨이 총 11건의 중범죄와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이듬해 3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상원 표결에서 의결정족수(3분의 2)인 36표에 1표가 모자라는 35표 찬성이라는 간발의 차로 부결됐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아예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경우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재선 선거운동을 하던 1972년 6월 닉슨 진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으로, 1974년 2월 하원의 탄핵 절차 개시로 이어졌다.

하원 조사 결과, 닉슨은 같은 해 7월 사법방해와 권한남용, 의회모욕 등 3개 혐의를 적용받았다.

닉슨은 하원 표결을 앞둔 8월 5일 백악관 집무실 녹취록을 공개하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으나 오히려 워터게이트 은폐에 직접 관여한 것이 분명해지자 8월 9일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클린턴 대통령은 폴라 존스와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 등 여러 명이 얽힌 성추문으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발의됐다. 하원의 탄핵 절차는 1998년 10월 시작됐다.

클린턴에게 적용된 혐의는 폴라 존스가 제기한 성희롱 소송과 관련해 연방 대배심 위증과 사법방해 등 2가지였다.

그는 당초 르윈스키와 성관계 의혹을 부인했지만, 상황이 악화하자 대배심 증언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했다.

1999년 12월 하원은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를 모두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지만, 이듬해 2월 상원 표결에서는 두 혐의 모두 가결정족수(67표) 미달로 부결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발목이 잡혔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4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고리로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당선인의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이 다수석인 하원은 같은 해 12월 권력남용, 의회 방해 혐의를 적용해 두 안건 모두 통과시켰지만, 2020년 2월 상원 표결에서는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내란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미 역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의회의 탄핵 심판을 받았고, 닉슨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재선 성공 이후 각각 탄핵 움직임에 직면했다.

jbryoo@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10112007500071?section=international/north-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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